직장 회식 후 귀가 중 발생한 사고, 산재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18두35391·2016두31272 판결을 중심으로 회식 산재 인정의 핵심 요건인 참석 강제성, 비용 부담 주체, 순리적 경로 기준을 분석하고, 반드시 확보해야 할 증거와 실무 대응법을 변호사가 상세히 설명합니다.

부서장이 "2차 가자"고 했을 뿐인데 — 회식 후 사고는 왜 산재가 되는가 (대법원 2018두35391·2016두31272 분석)
거절할 수 없었던 그 한마디
금요일 저녁 7시, 사무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부서장이 말합니다. "오늘 다 같이 한잔하자." 사실상의 명령입니다.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죠.
1차 식당, 2차 노래방. 시간은 밤 11시를 넘기고, 술은 이미 주량을 한참 초과했습니다. 비틀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그 순간, 불빛이 달려옵니다. 다음 날 아침, 가족에게 전해지는 것은 병원의 전화번호뿐입니다.
이것이 과연 '개인의 불찰'일까요, 아니면 '회사가 만들어낸 위험'일까요?
한국의 직장 문화에서 회식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보면, 이 질문의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복잡한 질문에 대해, 적어도 두 차례 명확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안전관리팀장의 마지막 귀갓길 — 첫 번째 사건
2016년 4월의 어느 날, 건설회사 B사는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목업 품평회'를 열었습니다. 완성된 한 세대를 본사 임원진 앞에서 시연하는, 회사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안전관리팀 팀장 D씨는 한 달 넘게 이 행사를 준비한 실무 책임자였습니다. 당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행사를 총괄한 뒤, 저녁에는 회사가 마련한 볼링 행사와 이어지는 1차 회식, 2차 회식에 참석했습니다.
현장 직원 23명 전원이 1차에 참석했고, 2차에는 공사부장, 공사과장 등 9명이 남았습니다. D씨는 안전관리 업무의 총괄자로서 빠질 수 없는 자리였습니다. 비용은 1차와 2차 모두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됐습니다.
밤 10시 50분경 2차를 마친 D씨는 평소 이용하던 전철을 타고 귀가하던 중, 밤 11시 35분경 인천논현역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다 횡단보도 위에서 차량에 부딪혀 세상을 떠났습니다.
업무총괄이사의 넘어짐 — 두 번째 사건
비슷한 시기, 다른 회사의 업무총괄이사가 거래처 부장을 만났습니다. 용역 수주와 관련된 업무 협의가 목적이었고, 동료 직원과 함께 막걸릿집, 호프집, 노래방을 차례로 돌며 접대했습니다.
막걸릿집 비용은 거래처가, 호프집과 노래방 비용은 회사가 업무비로 처리했습니다. 거래처 담당자를 포함한 세 사람의 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노래방을 나온 후, 거래처 담당자의 대리운전기사를 함께 기다리던 중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두 사건 모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거부했고, 하급심도 "사적 유흥", "자발적 과음"이라는 논리로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왜 원심을 뒤집었는가 — 핵심 판결 요지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그 핵심 논리를 직접 인용합니다.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두3539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과실을 요하지 아니함은 물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해당 재해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해 발생에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음을 이유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31272
대법원의 논리를 제 나름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비용의 출처가 곧 지배·관리의 증거입니다. 법인카드로 결제되었거나 회사 업무비로 정산되었다면, 그 자리는 회사의 관리 하에 있던 공식 행사입니다.
둘째, 차수는 중요하지 않고, '지배·관리의 연속성'이 중요합니다. 참석자 구성이 유지되고, 상급자가 동석하며, 비용을 회사가 부담했다면 2차든 3차든 업무의 연장입니다.
셋째, 과음은 '자발적'이었는지가 관건입니다. 회사가 제지하지 않은 회식 자리에서의 과음은 근로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회식이라는 업무 환경이 초래한 위험입니다.

변호사의 시선 — 영수증을 버리지 마십시오
저는 이 판결들이 단순한 법률적 승리를 넘어, 한국 사회에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회식은 오랫동안 '필요악'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조직의 결속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거기서 벌어지는 과음과 사고에 대해서는 "네가 알아서 조심했어야지"라고 말하는 이중성이 있었죠. 대법원은 그 이중성에 칼을 댔습니다. 회사가 시킨 자리에서, 회사 돈으로 마신 술 때문에 다쳤다면, 그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요.
실무를 오래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산재 사건의 승패는 법리보다 증거에서 갈린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법이 유리해도, "이 회식이 공식 행사였다"는 것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으면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변호사로서 한 가지만 당부드립니다. 회식에서 돌아온 후, 법인카드 결제 문자를 스크린샷으로 남겨두십시오. 참석자가 누구였는지 간단히 메모해두십시오. 회사 내부 메신저나 이메일에 "오늘 회식 참석 바랍니다"라는 공지가 있었다면 캡처해두십시오. 그 작은 습관이, 만약의 상황에서 당신과 당신 가족의 삶을 지켜줄 방패가 됩니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이 이 두 판결에서 증명한 것은,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떠넘겨졌던 위험의 책임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의지입니다. 당신의 회식이 당신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법은 당신 편입니다.

김강균 변호사의 법률 TIP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란?
— 회식이 산재로 인정되려면 그 자리가 근로자 개인의 사적 모임이 아니라, 회사의 통제 아래 있었어야 합니다. 여기서 '통제'란 물리적 강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비용 부담, 참석 지시, 상급자 주관 등 '실질적으로 빠질 수 없는 분위기'까지 포함됩니다. 법원은 형식이 아닌 실질을 봅니다.
'순리적 경로의 이탈'이란?
—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도, 그 귀가 경로가 통상적인 경로였다면 산재가 인정됩니다. 반대로 회식 후 전혀 다른 곳에 들러 사적인 유흥을 한 뒤 사고가 났다면, 순리적 경로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 산재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김강균 변호사 상담예약
전화: 010-4564-8195
이메일: law8195@naver.com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판례 또는 실제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 아닙니다.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민사소송 > 노동사건 및 산재사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뇌출혈 뇌경색 산재 인정 기준 총정리 — 과로 시간 부족해도 승인되는 이유 (2025 최신 판례) (0) | 2026.03.28 |
|---|---|
| 출퇴근 교통사고 산재 인정 기준 총정리 — 신호위반도 가능할까? (0) | 2026.03.27 |
| 회식 후 귀가 중 교통사고, 산재 인정받을 수 있을까? — 대법원 2018두35391 판례 분석 (0) | 2026.03.25 |
| 배달 라이더 산재보험 총정리: 전속성 요건 폐지 이후 달라진 보상 전략 (0) | 2026.03.24 |
| 고혈압 있어도 산재 된다 — 과로성 질환과 기저질환의 관계를 대법원 판례로 분석 (0) | 2026.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