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도3736 판결 심층 분석. 의사가 비의료인과 공모하여 영리 목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경우, 의사 면허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된다는 법리를 해설합니다.
[판례분석] 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공모와 보건범죄단속법 적용 여부 (대법원 2024도3736)

서론: 면허라는 방패와 법적 책임의 무게
의료법 위반 사건, 특히 무면허 의료행위(소위 대리 수술) 사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쟁점 중 하나는 적용 법조입니다. 일반 의료법을 적용받느냐, 아니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보건범죄단속법)'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형량의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2025. 11. 13. 선고 2024도3736 판결)은 의사가 비의료인과 공모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경우, 의사에게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죄(부정의료업자)의 공동정범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 그리고 시사점을 심층 분석해 봅니다.

1. 사건의 재구성 및 사실관계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의사(A, B, C)와 비의료인(D, E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공모하여 병원을 운영하면서 다음과 같은 역할 분담을 통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 의사 피고인들: 병원의 개설 명의를 대여하거나 진료실에서 형식적인 진료를 수행하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묵인 및 지시.
- 비의료인 피고인: 병원 행정 총괄 및 환자 유치(D), 실제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 수행(E).
- 수익 구조: 이러한 불법 의료행위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편취.
1심과 2심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단순한 의료법 위반을 넘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조직적인 범죄라고 판단하여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2. 핵심

법적 쟁점: 의사도 '부정의료업자'가 되는가?
상고심의 주된 쟁점은 "의사 면허가 있는 자가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 제1호 위반죄의 주체(공동정범)가 될 수 있는가"였습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는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 피고인들은 '의사'이므로 이 법조항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 2020년 의료법 개정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규정(제87조의2 제2항 제3호)이 신설되었으므로, 특별법이 아닌 이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

3. 대법원의 판단: 기능적 행위지배와 입법 취지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분범과 공동정범의 법리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죄가 비록 '의사가 아닌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범죄라 할지라도, 신분이 있는 자(의사)가 신분이 없는 자(비의료인)와 공모하여 범행에 가담했다면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공동정범이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의사 피고인들이 비의료인과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즉, 의사가 범행을 주도하거나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면, 직접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2) 개정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법의 관계
피고인들은 2020년 신설된 의료법 처벌 조항을 근거로 보건범죄단속법 적용을 배제하려 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 제3호: 영리 목적이나 업(業) 여부와 관계없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방조한 행위를 처벌.
-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 '영리 목적'으로 '업(業)'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 처벌.
대법원은 신설된 의료법 조항은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일반적인 규정일 뿐, 영리를 목적으로 조직적·반복적으로 행해지는 '부정의료업'에 대해 보건범죄단속법을 적용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4. 결론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전문직 면허가 불법 행위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사무장 병원'이나 '대리 수술'과 같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범죄에서, 의사가 단순히 명의만 빌려주거나 지시만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실질이 '기능적 행위지배'에 해당한다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보건범죄단속법상의 중형을 피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법률적으로는 '신분범의 공범 이론'과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 운영에 관여하는 의료인들은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엄중히 인식하고, 준법 경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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