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기타 형사사건

범죄 피해자가 CCTV 확인하면 처벌? 대법원 2024도8121 판례 완벽 해설

김강균 변호사 2025. 12. 26. 06:00

범죄 피해를 입어 CCTV를 확인했을 뿐인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당한다면? 위치추적기 사건을 다룬 대법원 2024도8121 판결을 통해 합법적인 증거 수집의 한계와 대응 전략을 현직 변호사가 상세히 알려드립니다. 억울한 피의자가 되지 않는 실무 노하우를 확인하세요.

피해자가 순식간에 피의자로... 당신의 CCTV 확인이 '범죄'가 되지 않으려면?

도입부

살면서 "법대로 하자"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거나 뱉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게요, 법대로 하려다가 오히려 법의 덫에 걸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제가 변호사 밥을 꽤 오래 먹었지만,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철렁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어느 날 내 차 밑에서 껌딱지도 아니고 시커먼 '위치추적기'가 툭 떨어집니다. 누군가 나를 24시간 감시하고 있었다는 소름 끼치는 사실. 당장 눈이 뒤집히지 않겠습니까? 저라도 당장 주차장으로 달려가서 "CCTV 좀 봅시다! 어떤 놈이 내 차에 손댔는지!"라고 소리쳤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범인을 잡으려고 동분서주했던 피해자가 갑자기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죄명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기가 막히죠? 피해자가 가해자의 얼굴(개인정보)을 동의 없이 봤다는 겁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바로 이 황당하고도 무서운,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끝난 한 의뢰인의 대법원 판례 이야기입니다.

사건 개요

 

사건은 이렇습니다. 주인공 A씨, 인천지검 주차장에 차를 댔다가 위치추적기를 발견합니다.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범인을 잡아야 하니 당연히 검찰청 관리실로 가서 "주차장 CCTV 좀 봅시다"라고 요청했겠죠. 검찰청 직원도 사정이 딱하고 급하니 절차를 밟아 보여줬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자신의 주소가 털린 것 같다는 의심이 들어 한 통신사(KT) 대리점까지 찾아갑니다. "내 주소를 누가 조회했는지 확인해야겠다, 그 시간대 CCTV를 내놔라"라고 해서 결국 영상을 받아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뭐가 문제야? 당연히 그래야지" 싶으시죠? 저도 심정적으로는 백 번 동의합니다. 하지만 법의 눈, 특히 검찰의 눈은 차가웠습니다.

 

검사는 A씨를 기소했습니다. 논리는 간단합니다.

"네가 범인을 잡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범인 허락도 없이 그 사람 얼굴이 찍힌 영상을 받아? 그거 개인정보 무단 취득이야."

 

와, 정말 너무하다 싶죠? 하지만 실무에서 이런 일, 비일비재합니다. 피해자가 증거 모으다가 주거침입이 되거나, 녹음하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는 경우들 말이죠. A씨는 억울함을 안고 대법원까지 가게 됩니다.

법적 쟁점

이 사건, 법적으로 뜯어보면 꽤 골치 아픈 싸움이었습니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거든요.

 

하나는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거대한 방패입니다. "아무리 범죄자라도 그의 개인정보는 함부로 유출되면 안 된다"는 원칙이죠. 다른 하나는 '자기 방어권'이라는 창입니다. "내가 지금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데, 내 개인정보가 털리고 있는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란 말이냐?"

 

법원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개인의 프라이버시? 아니면 피해자의 절박한 생존권?

 

법원의 판단과 그 속사정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5. 12. 11. 선고 2024도8121). 십년감수했죠.

이유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피해자니까 봐주자"가 아닙니다. 판결문을 씹어 먹듯 분석해보면 대법원의 깊은 고민이 보입니다.

 

첫째, 검찰청 CCTV를 본 것.

이건 '정보공개법'이라는 특별법이 적용된다고 봤습니다. 공공기관은 국민이 정보를 달라고 하면 줄 의무가 원칙적으로 있거든요. A씨가 적법하게 "정보 공개해 주세요"라고 했고, 공무원이 "네, 보여드릴게요"라고 했다면, 그 과정에서 범인 얼굴이 좀 노출됐다고 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공공기관의 투명성이 개인정보 보호보다 앞선 케이스죠.

 

둘째, 이게 진짜 핵심인데, 대리점(민간) CCTV를 본 것.

이건 정보공개법 대상도 아니잖아요? 여기서 대법원은 '정당한 이익'이라는 카드를 꺼냅니다. "A씨는 위치추적과 주거지 노출이라는 심각한 범죄 피해를 입었다. 범인을 확인하는 건 A씨의 급박하고도 정당한 이익이다. 이 이익이 범인의 얼굴이 가려질 이익보다 훨씬 크다."

그러니 대리점이 영상을 준 건 합법이고, 합법적으로 준 걸 받은 A씨도 합법이라는 논리입니다. 속이 다 시원하지 않습니까?

변호사의 시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제가 이 판결을 보고 무릎을 탁 쳤던 건, 드디어 법원이 현실의 답답함을 뚫어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여기서 방심하면 안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아, 이제 맘대로 CCTV 봐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선'을 지키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A씨가 무죄를 받은 건 '위치추적기'라는 명백하고 중대한 위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단순히 누가 내 차를 긁고 간 것 같다거나,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상가 주인에게 CCTV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영상을 받아갔다면? 결과는 유죄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정당한 이익'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죠.

 

저라면 의뢰인에게 이렇게 조언하겠습니다. "억울한 건 압니다. 하지만 사장님(CCTV 주인)을 곤란하게 만들지 마세요. 사장님도 법 위반이 무서워서 못 보여주는 겁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경찰을 부르는 겁니다. 하지만 경찰이 늦거나 미온적이라면? 그때는 A씨처럼 나의 '급박한 위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내가 책임질 테니 보여달라"가 아니라, "범죄 예방과 피해 구제를 위해 꼭 필요하니 협조해달라"고 설득하며 그 과정을 녹취나 문서로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게 바로 '나중에 탈이 안 나는' 전문가의 방식입니다.

마무리하며

법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우리 차 밑바닥에, 아파트 복도 천장에,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 늘 붙어 있습니다. A씨 사건은 해피엔딩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을 마음고생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피의자가 되어 법정에 서는 일, 정말 없어야 하니까요.

 

혹시 지금 누군가와의 분쟁으로 증거가 필요하신가요? 마음이 급하다고 무턱대고 달리지 마세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듯, 증거 수집 단계부터 변호사와 상의하십시오. 그게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하게 여러분을 지키는 길입니다.

 

오늘도 억울한 일 없는,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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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판례 또는 실제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 아닙니다.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