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기타 형사사건

성년후견인 믿고 치매 아버지 쫓아낸 아들, 법원은 봐주지 않았습니다 (2025도12963 판결 분석)

김강균 변호사 2025. 12. 2. 06:00

성년후견인 믿고 치매 아버지 쫓아낸 아들, 법원은 봐주지 않았습니다 (2025도12963 판결 분석)

 

변호사로 밥벌이한 지 꽤 되다 보니, 별의별 사건을 다 봅니다. 개중에는 "아, 이건 정말 법을 떠나서 사람이 이러면 안 되는데..." 싶은 사건들이 있어요. 오늘 이야기할 사건이 딱 그렇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연로하신 부모님 모시는 문제로 형제들끼리 얼굴 붉히거나, 긴 병간호에 지쳐 '성년후견인' 제도 같은 걸 알아보고 계신 분들 계실 겁니다. 이해합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니까요. 정말 힘드시죠.

 

그런데 말입니다. 가끔 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분들이 계세요.

 

"법원에서 후견인 정해줬으니까, 이제 골치 아픈 부양 책임은 내 손 떠난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생각 하셨다면 오늘 제 글 끝까지 읽으셔야 합니다.

 

대법원이 아주 최근에 이 부분에 대해 아주 무서운, 그리고 명쾌한 답을 내놓았거든요.

[사건개요]

 

사건 내용은 좀 씁쓸합니다. 치매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아들이 있었습니다. 치매 환자 돌보는 거, 정말 어려운 일인 거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 아들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어요.

 

어느 날 아버지를 집 밖으로 내몰아버린 겁니다. 잠깐 바람 쐬라고 내보낸 게 아니에요. 아버지가 못 들어오게 현관문을 잠그고, 그것도 모자라 비밀번호까지 바꿔버렸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이 자기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요.

결국 아들은 '존속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법정에서 이 아들의 태도가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억울하다는 거예요.

 

판사님! 아버지한테는 법원이 정해준 '성년후견인'이 따로 있거든요?
법적으로 그 사람이 아버지를 책임져야지,
왜 저한테 부양의무를 따집니까?"

 

참... 변호사인 제가 들어도 "이게 무슨 궤변인가" 싶지만, 법리적으로는 한번 따져볼 만한 주장이긴 했습니다. 법적 대리인이 있으니 내 책임은 없다, 그럴싸하잖아요?

[법적 쟁점]

 

자,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법원이 지정한 성년후견인이 있으면, 자식의 부양의무는 사라지는가?"

 

만약 이게 인정되면, 대한민국 뒤집힙니다. 부양하기 싫은 자식들은 다 후견인 신청해놓고 부모님 나 몰라라 해도 처벌 못 한다는 소리니까요. 과연 우리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법원의 판단]

 

2025년 11월 6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피고인(아들)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원심대로 유죄를 확정한 거죠(2025도12963).

 

판결의 이유는 아주 명쾌했습니다. 헷갈리실까 봐 제가 딱 정리해 드릴게요.

  1. 부양의무는 천륜이다: 민법상 자식은 능력이 없는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974조).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2. 후견인은 도우미일 뿐: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분들의 '사무 처리'를 돕기 위한 거지, 가족의 부양의무를 대신 짊어지는 대타가 아니다.
  3. 결론: 후견인이 있든 없든, 네가 아들이고 같이 살고 있으면 아버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걸 어기고 쫓아냈으니 너는 '존속학대' 맞다.

[판결의 의의 및 변호사의 시각]

 

제가 이 판결을 보면서 무릎을 탁 쳤던 건, 법원이 '제도의 취지'를 정확히 꿰뚫어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실무에서 상담하다 보면,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하시는 분들 중에 은근히 "이제 내 짐을 좀 덜 수 있겠지"라고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재산 관리나 복잡한 계약 문제에서는 짐을 더는 게 맞습니다. 그건 후견인이 전문적으로 해주니까요.

 

하지만 '삶을 돌보는 의무'는 다릅니다. 법원은 밥을 챙겨 드리고, 잠자리를 봐드리고, 아플 때 병원에 모시고 가는 그 1차적인 책임은 여전히 '가족'에게 있다고 본 겁니다. 후견인은 재산 관리인이지, 간병인이나 하인이 아니라는 거죠.

 

이 판결은 우리 사회에 강력한 경고를 날린 겁니다. "법적 제도를 핑계로 패륜을 정당화하지 마라."

 

앞으로 비슷한 사건에서 "난 후견인 아니니까 몰라요"라는 변명은 절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괘씸죄만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요.

[결론]

 

법이라는 게 참 차가워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사람의 도리'가 녹아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법적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도덕적으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부모님 부양 문제, 상속 문제, 혹은 성년후견 문제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분 계신가요?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답 안 나옵니다. 잘못된 정보 믿고 섣불리 행동했다가, 이 사건의 아들처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어요.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법률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늦기 전에 전문가와 커피 한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세요. 생각보다 방법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변호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엉킨 실타래를 풀어드리기 위해서니까요.

힘든 시기, 현명한 판단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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