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 이사가 아니더라도 부사장, 본부장 등의 직함으로 업무를 집행했다면 상법상 이사로 간주되어 10년의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2025다216025 대법원 판결을 통해 업무집행지시자 책임의 범위와 실무적 대응 전략을 현직 변호사가 명쾌하게 분석해 드립니다.

"전 등기 이사 아닌데요?" 그 뻔한 변명, 이제 대법원 앞에서 안 통합니다.
도입부
변호사 생활을 꽤 오래 하다 보니, 의뢰인들이 들고 오는 서류 뭉치만 봐도 한숨부터 나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답답해하는, 아니 솔직히 말해 화가 나는 상황이 뭔지 아십니까?
분명히 회사를 쥐락펴락했던 '실세'가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는, 정작 소송이 걸리니까 "저는 등기부등본에 이름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한 월급쟁이였을 뿐이에요."라며 미꾸라지처럼 쏙 빠져나가려 할 때입니다.
심지어 사건 터진 지 3년 지났으니 법적으로 끝난 거 아니냐며 여유까지 부릴 때는, 법조인으로서 오기가 발동합니다. '법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뿐이죠.
아마 지금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도 비슷한 심정일 겁니다. 믿었던 임원에게 배신당한 대표님이시거나, 회삿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 나가는 걸 목격하고도 '이미 늦었나' 싶어 발만 동동 구르던 주주분이시겠죠. 밤잠 설치며 '저 사람을 어떻게 처벌하나, 돈은 돌려받을 수 있나' 고민하고 계실 텐데, 오늘 제가 그 답답함을 좀 뚫어드려야겠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아주 통쾌하고, 실무적으로도 판도를 뒤집을 만한 중요한 판결이 하나 나왔거든요.

등기부 뒤에 숨은 사람들, 그리고 '시간'이라는 방패
자, 사건 이야기부터 해보죠. 복잡한 법률 용어는 다 빼고, 핵심만 추려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어떤 A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사정이 좀 어려워져서 회생 절차까지 가게 된 안타까운 상황이었죠. 그런데 장부를 까보니, 회사가 망가지는 과정에서 돈이 엉뚱한 곳으로 송금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이 일을 주도한 사람들, 명함을 보니 아주 화려합니다. '부사장', '본부장', '수석이사'. 누가 봐도 회사의 핵심 간부들이죠. 직원들도 깍뜻하게 모셨을 테고요. 회사는 당연히 이들에게 "당신들이 엉터리로 일해서 회사가 손해를 봤으니 물어내라"고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법정에 선 이 사람들, 아주 전형적인, 하지만 꽤 강력한 방패를 꺼내 듭니다.
"잠깐만요, 재판장님. 저희 등기부 보셨습니까? 저희는 정식으로 등기된 이사가 아닙니다. 설령 저희가 실수를 좀 했다 쳐도, 이건 그냥 민법상 불법행위일 뿐이고요. 불법행위는 안 날로부터 3년 지나면 시효 끝나는 거 아시죠? 이 송금 건, 이미 3년 훨씬 지났습니다. 땅땅땅, 끝!"
자, 여기서 잠깐. 여러분이 만약 판사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형식적으로만 보면 등기 이사가 아니니 이 사람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나쁜 짓 다 해놓고 시간 지났다고, 등기 안 했다고 빠져나가는 게 너무 괘씸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법의 딜레마죠.

법원의 일침: "명함에 뭐라고 팠더라?"
대법원(2025다216025)은 이들의 얄팍한 방패를 단칼에 부러뜨렸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당신들이 스스로 부사장, 본부장이라고 칭하고 다녔지 않나? 그렇다면 상법 제401조의2에 따라 당신들은 '사실상 이사'다. 이 책임은 법이 정한 특별한 책임이니, 3년짜리 불법행위 시효가 아니라 10년짜리 일반 시효가 적용된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요? 제가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릴게요.
첫째, '이름표'의 무게입니다. 등기부에 이름이 없어도, 대외적으로 임원 행세를 하고 실제 결재권을 행사했다면 법은 당신을 이사로 봅니다. 권한을 누렸으면 책임도 이사급으로 지라는 겁니다. 법률 용어로는 '사실상 이사'라고 하죠.
둘째, '시간'의 확장입니다. 이게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변호사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효과는 엄청납니다. 보통 횡령이나 배임 사건은 은밀하게 진행되다 보니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3년'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갑니다. 범죄자들도 그걸 알아요. 그래서 '3년만 버티자'고 생각하죠. 그런데 법원이 "아니, 10년이야"라고 선언한 겁니다. 이제 숨을 곳이 없어진 거죠.

변호사가 보는 '진짜' 속사정
사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하급심 법원에서는 판사님들마다 판단이 좀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판사님은 "그래도 등기가 안 됐는데 엄격하게 해석해야지"라며 3년 시효를 적용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같은 변호사들이 소송할 때마다 조마조마했습니다. '아, 이번 판사님은 어떻게 보실까?' 하고요.
그런데 이번 대법원판결로 교통정리가 확실히 됐습니다. 제가 실무를 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자면요.
1. "바지사장" 내세우는 꼼수, 이제 위험합니다. 가끔 보면 실제 오너는 뒤로 빠지고 월급쟁이 사장 앉혀놓은 뒤, 뒤에서 "김 상무, 그거 그냥 저기로 보내"라고 지시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은 기록 안 남기려고요. 예전에는 이게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상법상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 기간도 10년으로 늘어났습니다.
2. 피해 회사 입장에서는 '죽은 카드'가 살아났습니다. "변호사님, 이거 4년 전 일인데 소송 될까요?"라고 물으시면, 예전엔 제가 고개를 갸웃거렸을 겁니다. 불법행위 구성으로는 리스크가 컸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전무' 명함 쓰고 다녔습니까? 결재 서류에 사인했나요? 그럼 잡을 수 있습니다."
3. 직함 인플레이션의 부메랑 직원 기 살려준다고 입사 3년 차 대리한테 '이사' 명함 파주는 회사들 있죠? 정말 위험합니다. 그 직원이 밖에서 사고 치면, 회사는 '표현책임'을 질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때도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직함은 곧 책임입니다. 아무에게나 쥐여주지 마세요.

마치며
법이라는 게 참 차가워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식의 결을 따라갑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상식,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상식 말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린 이 판결(2025다216025)을 꼭 기억해 두세요.
"등기 이사가 아니라고? 3년 지났다고? 어림없다."
혹시 지금 회사 내에, 혹은 거래처에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미꾸라지' 같은 임원이 있나요?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그 미꾸라지를 잡을 그물은 생각보다 촘촘하고 튼튼합니다. 다만 그 그물을 던지는 법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할 뿐이죠.
법적 분쟁은 타이밍이고 전략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안심하지 마시고, 문제가 발견된 즉시 전문가와 상의해서 증거를 확보하세요. 그래야 이깁니다. 만약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 길이 보일 겁니다.
김강균 변호사 상담예약
전화: 010-4564-8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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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판례 또는 실제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 아닙니다.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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