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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성범죄

대법원 판례로 본 특수강간치상 미수범 성립 쟁점과 형벌체계 영향

by 김강균 변호사 2025. 4. 15.

대법원 판례로 본 특수강간치상 미수범 성립 쟁점과 형벌체계 영향

대법원 2023도10405 판례를 중심으로 특수강간치상 미수범 성립 여부 및 형벌체계 해석의 쟁점을 분석합니다.


Ⅰ. 들어가며: 형사법 이론과 현실이 충돌한 대법원 판단

2025년 3월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도10405 사건에서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 성립 여부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전합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한 법 해석을 넘어,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 미수범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가라는 깊은 형사법 이론과 실무의 경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판시 내용은 책임주의, 형벌 비례의 원칙, 입법자의 의사, 죄형법정주의 해석 등 형사법의 기초 원칙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성격을 띠며, 학계와 실무에 모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Ⅱ. 사건 개요 및 법적 쟁점 정리

1. 사건의 사실관계

2020년 3월 28일, 피고인들은 사전에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공모하였고, 술자리에서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투여하여 의식을 잃게 만든 후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제3자의 전화 개입 등으로 실행을 멈춰 실제 강간 행위에는 이르지 못했고, 범행은 '미수'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졸피뎀 투약으로 인해 의식장애 및 정신적 피해라는 '상해'를 입었고, 검찰은 이를 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1항의 특수강간치상죄로 기소하였습니다.

2. 핵심 쟁점

이 사건이 던진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 특수강간이 미수에 불과하나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에도 '기수' 판단이 가능한가?
  •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 미수범 처벌 조항이 결과적 가중범(치상)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 형법 제25조에 따라 미수범으로 감경 대상이 되는 구조인가, 아니면 기수범으로 형 감경이 불가한가?

Ⅲ. 대법원의 다수의견 분석: 결과적 가중범과 기수 판단

대법원은 다수의견(10인)으로 피고인의 책임을 '기수범'으로 본다는 판단을 내리며 기존 판례의 법리를 유지했습니다.

1. 결과만 발생하면 기수: 판례 유지 원칙

다수의견은 2007도10058 및 2013도7138 등 선례에 따라, 비록 기본 범죄(강간)는 미수에 그쳤지만, 그 실행 행위 과정에서 결과(상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면 이는 기수범으로 본다는 해석을 지지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의식장애 등 상해는 실제로 발생한 만큼 형법상 ‘특수강간치상죄’의 기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 미수 조항의 제한적 적용 해석

법 조문상 제15조는 미수범 처벌 조항을 통해 8조 등을 포함하지만, 다수의견은 '고의 범죄', 즉 상해를 고의로 일으킨 특수강간상해죄에 한해 미수 적용이 가능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치상’은 결과적 가중범으로, 고의가 아닌 결과 발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미수 개념이 성립될 수 없다는 법이론에 따른 것입니다.

3. 체계 정합성 및 형벌 균형 유지 강조

만약 결과적 가중범에도 미수범 개념을 도입할 경우, 피고인이 중대한 실제 결과(상해, 사망)를 발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감경받는 구조가 되어 체계상 모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형벌의 비례성과 예측가능성, 분명성을 해치는 요소로 보았고, 입법자 역시 이를 명시적 적용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맥락까지 고려하였습니다.


Ⅳ. 반대의견 다수 제시한 법리: 죄형법정주의와 피고인 이익

하지만 8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수의견은 이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기존 판례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1. 법문상 제8조 포함 명확: 합리적 해석론

제15조는 그 문구 상으로 제8조 모든 항을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 있고, 이를 고의범인지 결과적 가중범인지에 따라 선택적으로 배제하는 건 자의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즉, 법령 문언 해석과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따라 미수범 처벌 규정은 제8조 전반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해석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책임주의와 형벌비례 원칙에 맞는 유연한 해석 요구

형법 제25조 제2항은 미수범에 대해 형 감경 여지를 두고 있으며, 이는 책임주의형벌비례의 원칙과 연결됩니다. 강간범죄가 미수에 그친 이상, 결과만을 이유로 이를 모두 '기수'로 처벌한다면 이는 과도한 형벌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3. 자의적 해석 우려: 법적 안정성 저해

소수의견은 다수의 해석이 법조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법문 무력화’ 현상을 초래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형벌법규 해석에서 금기시되는 축소해석 내지 자의 해석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Ⅴ. 평가 및 전망: 입법적 정비와 판례 방향성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기수' 판단을 유지하며 기존 법리의 지속성과 체계 정합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래와 같은 점에서 추가적 제도개선이 요구됩니다.

  • 입법적으로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여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 처벌 여부를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실무적으로 결과 발생이 가볍고 기본범죄의 진행정도가 미풍에 그친 사건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기수로 처리할 경우, 과잉처벌 우려가 존재합니다.
  • 결국 입법론과 해석론 사이의 긴장구조 속에서, 피고인의 행위 책임과 결과 발생 간의 균형 관점이 형사정책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Ⅵ. 결론

대법원 2023도10405 판결은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 미수범 성립이 가능한지라는 형법의 근간을 시험한 핵심 사건입니다. 이 판례는 결과 발생이라는 객관적 요소가 기수의 결정적 기준이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되, 반대의견을 통해 향후 입법적 보완 필요성이 함께 제기된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형벌의 정당성과 형법 체계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법조문 자체의 명확화는 물론, 판례의 축적과 해석 기준의 명료화가 무엇보다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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